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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얼굴 (116) 땅도 사람도 행복해지는 ‘(사)평화마을짓자’ - 파주 적성면 식현리에 평화를 일구는 사람들

입력 : 2022-02-17 03:46:33
수정 : 2022-07-15 00:47:15

아름다운 얼굴 (116)

 

()평화마을짓자 정진화 이사장

 

땅도 사람도 행복해지는 ‘()평화마을짓자

- 파주 적성면 식현리에 평화를 일구는 사람들

 

 

일곱 딸집 큰 딸, 도덕선생이 되어

그녀는 딸이 일곱인 딸부잣집 큰딸로 태어났다. 명절 때가 되면 동생들과 연극을 만들어 명절에 모인 부모님과 일가친척들을 기쁘게 했다. 그런 탓일까. 그녀는 주변을 풍성하게 만들고 조직하는 힘이 있어 보인다. 인상도 편하고 말과 행동이 친화력이 있다. 그녀는 서울대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83년 교사로 생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천직으로 삼은 교육자의 길을 바르게 걸어 37년을 봉직하고 강신중학교에서 정년퇴직했다. 도덕 선생으로 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스스로 서고 더불어 사는 사람이 되도록 애썼다.

갈수록 아이들의 심성이 황폐해지는 걸 보며 안타까워했던 그녀는 자연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꿈꾸며 자연 속에 사는 마을공동체에 눈을 돌렸다. 자기가 사는 마을의 자연을 사랑하고 마을을 가꾸며, 어울려 사는 게 답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에너지 자립마을, 쓰레기 없는 평화마을을 접경지대인 북파주에 짓기로 했다. 현재 파주 적성면 식현리 260번지 밭 1천 평을 빌려 평화 마을공동체 밭을 일구고 있다.

 

 

 

 

예술로 농사짓고 농사로 평화짓는 ()‘평화마을 짓자창립

20171113일 보리출판사 윤구병 대표와 쌈지농부 천호균 대표 등 평화마을만들기모임이 시작되어 논의를 하다가 예술로 농사짓고 농사로 평화짓자는 기치 아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20829일 아침 일찍 배추를 심고 사단법인 평화마을 짓자의 창립총회를 가졌다. 창립 당시 구성원들은 주로 교육자, 유기농 농사꾼, 예술가, 출판인 등 생명과 평화에 관심을 가진 53명의 의인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회원은 106명이 되어 정확히 두 배로 늘었다. 삼년째 유기순환 농법으로 배추를 길러 김장을 했고 노숙자를 돕는 기독단체와 사드 설치반대 성주 주민들에게 격려의 김치를 보내기도 했다.

 

▲ 퇴비간 만들기

 

예술인과 귀농귀촌 희망자로 접경지역에 평화마을을 세우자

공동체밭을 마련하고 2019년 교육센터 겸 쉼터인 교육동을 만들어 농사교육과 문화행사도 했다. 하지만 문전옥답이 되려면 밭 가까이에 집이 들어서고 마을에 살아야 한다. 집이 있어야 거주할 수 있고 거주를 위해 사람들이 이사를 오면 그게 마을이 되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은 서울과 일산, 파주지역에 사는 젊은 예술인들과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생태 마을을 기획했다. 접경지역에 평화마을이 생기면 가장 전쟁 위험이 큰 곳에서 가장 평화를 상징하는 마을이 생겨나는 역설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현 정부가 접경지역에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비무장지대 일대를 세계 어느 곳보다도 청정한 평화 올레길과 평화마을을 조성하도록 청와대에 직접 제안했다. 군복무기간이 단축되고 인구 감소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문을 잠그고 사용하지 않는 군부대를 깨끗하게 단장하여 예술가들과 귀농귀촌 희망자들이 산다면 소외된 접경지역에 새로운 활력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현안에 대응하느라 바쁜지 진행을 못해서 경기도 이화영 평화부지사를 찾아가 평화마을을 제안했고, 이 제안은 이재명 지사도 알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국방부 국유지의 활용을 제안한 터라 녹록치 않았지만, 그녀는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걸 우리가 먼저 해보자는 마음으로 작년에 파평면 눌노리 용연초등학교 근처에 평화마을 만들기를 시작했다.

회원들 가운데 16명이 참여하겠다고 하여 다모임을 거듭하며 마을의 상을 그려나가고 있다. 다양한 의견들을 조율하며 특유의 낙천성으로 마을을 만드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 평화마을 비닐하우스 교육동에서 열린 문학콘서트 

 

지속가능한 농사(Permanent Agriculture)에서 희망을 찾다

평화마을짓자는 지속가능한 농사(Permanent Agriculture)를 통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자급 자립하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 신나게 참여하고 즐거이 일하는 회원들 때문에 잘 굴러가고 있다.

평화마을 공동체밭에는 다양한 유기농 실험이 진행 중이다. 농약, 비닐, 제초제, 심지어 경운기도 쓰지 않는다. 이유를 물었다. 정 이사장은 경운기로 흙을 퍼내면 흙 속에 묻혀있던 탄소들이 많이 올라온다. 그게 대기를 오염시키기 때문에 삽과 낫과 호미를 사용한다라고 했다. 그녀는 토양오염이 심각하다. 농약을 칠 게 아니라 자연적으로 서로 보완이 되는 식물들을 인접해 심으면 잡초나 해충들이 줄어든다라며 같은 땅에 똑같은 작물을 심지 않고 돌려짓기 하고 단작보다는 다양한 작문들을 같이 심으면 병충해를 많이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가끔 멧돼지가 출몰하는데, 밭고랑 사이에 멧돼지가 싫어하는 향을 풍기는 식물들을 심어서 오지 않게 할 수 있다며 백 년 전 우리 조상들이 농사를 지었던 방식을 선호하며 퍼머컬처 농법으로 흙을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농약을 안 치고, 잡초나 기타 식물들을 버리지 않고 퇴비로 만들어 땅심을 키우면 농작물들이 병충해를 덜 입고 자연재해에도 강해진다는 것. 올해도 공동체밭에서 퍼머컬쳐학교가 열린다.

 

 

▲ 된장 간장 만들기 

 

퍼머컬쳐 자연농법으로 밭을 풍성하게

그녀가 회원들과 퍼머컬처 자연농법을 배워 밭을 풍성하게 가꾸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밭 한가운데에 만든 허브동산에 50여 가지의 허브가 다채롭게 자라는데 어느새 나비와 벌아 찾아들고 새떼가 날아와 그 풍경이 장관이라는 것. “늘 사소한 것들로 자주 다투던 부부가 이곳에서 농사를 함께 지으며 지난 일 년 간 싸우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스트레스가 적어져서 그런가 보다란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퍼머컬쳐 자연농법이 사람을 평화롭게 하는 것 같다.

평화마을 공동체밭의 규칙은 간단하다. 공동경작, 공동분배. 1만 원부터 월 20만 원까지 형편껏 회비를 내고 마음껏 농사짓고, 대신 밭에서 나는 모든 농작물은 누구나 수확할 권리를 갖는다. 어느 회원의 말대로 이만한 놀이터가 없다.”

 

▲ 국민총행복농산어촌개벽대행진 임진각행사에 참여한 정진화 이사장

 

평화마을의 특별한 공식, 1+1=하나

평화마을에는 특별한 공식이 있다. 1+1=하나. 재미있고 의미를 아는 순간 미소가 번지는 공식이다. 그 공식의 완성을 위해 그녀는 유기순환 농사 이외에도 문학콘서트, 임원경제 요리법, 꽃차만들기, 소리 명상, 전시, 공연 등 기회가 생기는 대로 사람들을 비닐하우스 교육동에 불러모아 함께하는 존재들의 행복을 확인시켜 주었다.

정 이사장을 만난 곳은 한 회원이 농사를 짓는 농원이었다. 인터뷰 도중 3명의 예술가들이 평화마을짓자와 협업을 하기 위해 찾아왔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파견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예술가들이었다. 사진 조문희, 회화 성필하, 무용 김석중 씨가 그들이다. 이들은 처음 본 정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곧 자신들이 이 평화마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금방 알게 된 듯 보였다. 정 이사장의 소박한 얼굴에 미소가 길게 번졌다.

파주 적성면에 터잡은 평화마을이 평화와 행복을 널리 널리 펼치는 미래가 자연스럽게 상상되었다.

 

김석종 기자
#136호 

 

 

 

▲ 마을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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